마린스키발레단에는 ‘동양인 발레리노 최초 입단’이라는 타이틀로 14년째 전무후무한 역사를 쓰고 있는 김기민 수석무용수(33)가 있다. 2011년 입단한 그를 두고 “어떻게 한국에서 러시아 발레의 근간인 바가노바의 전통을 완벽하게 익혔는가”라고 묻던 러시아 사람들은 이제 전민철을 보며 “한국 발레 교육이 러시아 발레 맥을 잇고 있다”고 확신한다.
지난달 19일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에서 열린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 무대에서 그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프롤로그와 3막을 합쳐 총 4막이다. 김기민이 맡은 주역 데지레 왕자가 등장하는 건 오로라 공주가 저주를 받아 잠든 뒤부터다. 오로라 공주가 100년 동안 잠자는 것처럼 관객도 데지레 왕자를 만나려면 한참을 인내해야 하는 발레다.
긴 기다림 끝에 김기민이 데지레 왕자로 등장하자 객석이 홈런을 목도한 야구장처럼 변했다. “김기민이야. 신이 내린 김기민이 나타났어!” 김기민은 14년 동안 공연 때마다 탁월한 기술과 감정 표현을 선보여 마린스키발레 팬 사이에서 ‘한국이 낳은 기적’으로 불렸다. 그의 팬은 그를 ‘기미냐’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김기민에게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특별하다. 그가 10세 때 처음 본 전막 발레였고 그의 첫 스승 발레리노 이원국이 데지레 왕자로 연기한 무대다. 그는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처음 봤을 때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울었고 어머니는 저를 보며 미소를 지었죠. 그때 ‘발레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